← 읽을거리

낙서는 집중력을 깎을까, 오히려 도울까

배경지식 · 2026-09-04

수업 시간에 공책 여백에 낙서를 하다 선생님께 걸려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말을 들었을 것이다. "집중 안 하니까 딴짓하지 마." 그런데 영국 플리머스 대학의 심리학자 재키 안드레이드(Jackie Andrade)가 2009년 발표하고 이듬해 학술지 『Applied Cognitive Psychology』(24권 1호)에 실은 실험은 정반대 결과를 보여줬다.

지루한 전화 메시지와 낙서

안드레이드는 참가자 40명에게 지루하고 단조로운 가짜 전화 응답 메시지를 듣게 했다. 누가 파티에 오고 안 오는지를 나열하는, 일부러 재미없게 만든 내용이었다. 참가자 절반에게는 메시지를 듣는 동안 종이에 인쇄된 네모와 동그라미를 손 가는 대로 색칠하게 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그냥 듣기만 하게 했다. 실험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메시지에 언급된 이름과 장소를 최대한 많이 떠올려야 했다.

낙서를 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항목을 기억해 냈다. 안드레이드는 이 결과를 논문에서 "낙서가 몽상(daydreaming)을 막아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루한 과제를 들을 때 우리 뇌는 남는 주의력을 딴생각으로 채우기 쉬운데, 딴생각은 과제 자체를 듣는 데 필요한 주의력까지 갉아먹는다. 낙서처럼 손을 움직이되 머리를 크게 쓰지 않는 활동은 그 남는 주의력을 적당히 붙잡아 두면서도, 정작 메시지를 듣는 데 필요한 자원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하필 '손'을 움직이는 활동일까

이 설명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낙서가 특별히 강력한 활동이라서가 아니라, '머리를 거의 안 쓰면서 몸을 살짝 바쁘게 만드는' 활동이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인지심리학에서는 주의 자원을 다투는 과제와 그렇지 않은 과제를 동시에 시켰을 때의 상호작용을 오래 연구해왔다. 뜨개질, 손장난(fidgeting), 낙서는 모두 '운동'이라는 같은 자원을 쓰지만 '언어적으로 생각하기'라는 자원은 거의 쓰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안드레이드의 실험이 낙서를 골랐을 뿐, 이 논리 자체는 손으로 하는 단순 반복 동작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 결과를 그대로 믿어도 될까

여기서 짚어야 할 게 있다. 이 실험은 참가자 40명을 대상으로 한 단일 연구다. 심리학 연구에서 40명은 결코 큰 표본이 아니고, 이후 다른 연구팀이 똑같은 방식으로 대규모 재현에 성공했다는 후속 보도는 흔치 않다. 그리고 이 실험이 다룬 과제는 "듣기만 하면 되는 지루한 작업"이었다. 집중력을 온전히 요구하는 시험공부나 복잡한 문서 작성 중의 낙서까지 같은 효과를 낸다고 확장할 근거는 이 논문 하나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안드레이드 본인도 논문에서 이 결과를 과제의 난이도와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제한적인 발견으로 소개했다.

낙서를 보는 두 가지 시선

안드레이드의 실험 이후 '낙서가 좋다'는 메시지가 자기계발서와 강연에서 자주 인용됐지만, 정작 인지심리학 안에서는 낙서를 포함한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상태(mind-wandering)'를 무조건 좋게만 보지 않는다. 일부 연구는 마음이 흐트러지는 순간이 창의적인 발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하는 한편, 다른 연구는 과제 수행 정확도가 떨어지는 부작용을 함께 보고한다. 즉 낙서나 마음의 방황이 유용한지 아닌지는 과제의 성격, 난이도, 그리고 얼마나 자주 하는지에 따라 갈린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대체적인 결론에 가깝다. "낙서는 무조건 집중에 좋다"는 문장은 안드레이드의 실험 하나를 과도하게 일반화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낙서와 미니게임은 다른 활동이다

두들게임즈라는 이름 자체가 '낙서(doodle)'에서 왔다. 그렇다고 이 실험을 근거로 우리 게임이 집중력이나 기억력을 높여준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안드레이드의 실험 속 낙서는 손으로 네모를 색칠하는, 목표도 규칙도 승패도 없는 활동이었다. 반면 두들터치에서 숫자를 순서대로 누르거나 두들라이츠아웃에서 불을 끄는 것은 명확한 목표와 판정이 있는 퍼즐 활동이라 뇌를 쓰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굳이 연결 지점을 찾자면 둘 다 "짧게, 부담 없이, 손으로 하는 무언가"라는 점 정도다. 낙서 연구가 말해주는 건 우리 브랜드 이름의 유래에 가깝지, 우리 게임의 효능이 아니다. 잠깐 쉬고 싶을 때 펴는 가벼운 게임이라는 자리, 그 이상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간단한 방법

안드레이드의 실험을 그대로 따라 하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볼 수는 있다. 팟캐스트나 라디오 방송 중 유난히 지루하게 느껴지는 코너를 하나 골라, 한 번은 그냥 듣기만 하고, 다른 한 번은 종이에 낙서를 하면서 들어본다. 두 경우 모두 방송이 끝난 뒤 언급된 이름이나 숫자를 몇 개나 기억하는지 적어보면 된다. 물론 참가자가 자기 자신 한 명뿐인 이 방식은 안드레이드의 40명 규모 통제 실험과는 비교할 수 없다. 순서 효과(먼저 들은 쪽이 유리하거나 불리할 수 있다)나 그날의 컨디션 같은 변수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경우엔 어느 쪽이 더 기억에 남았나"를 스스로 확인해보는 정도의 재미는 있다.

낙서와 필기는 다른 활동이다

여기서 짚어야 할 구분이 하나 더 있다. 안드레이드의 실험에서 낙서 집단이 한 일은 내용과 무관한 네모·동그라미를 색칠하는 것이었지, 들은 내용을 요약하거나 받아적는 필기가 아니었다. 필기는 언어적 정보를 다시 언어로 처리하는 활동이라 오히려 '언어적으로 생각하기'라는 자원을 낙서보다 훨씬 많이 잡아먹는다. 즉 "뭐든 손을 움직이면 집중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필기와 낙서를 같은 범주로 묶는 건 안드레이드의 실험이 실제로 보여준 것보다 한 걸음 더 나간 해석이다. 오히려 필기와 낙서는 뇌가 쓰는 자원이 다른, 서로 다른 성격의 손동작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낙서 연구를 화면 속 게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안드레이드의 논리를 그대로 밀어붙이면, 지루한 회의나 통화 중에 손으로 하는 가벼운 미니게임을 잠깐 하는 것도 비슷한 원리로 설명해보고 싶어진다. 다만 이 확장에는 중요한 전제 하나가 빠져 있다. 안드레이드의 낙서는 화면을 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시각적 주의를 거의 요구하지 않는 활동이었다. 반면 스마트폰으로 하는 미니게임은 화면을 계속 봐야 하기 때문에 시각 자원을 놓고 원래 과제와 곧바로 경쟁하게 된다. 회의 중 딴짓으로 휴대폰 게임을 하다가 정작 중요한 말을 놓치는 경험이 흔한 이유도 여기 있다. 낙서와 화면 게임은 손을 쓴다는 점만 같을 뿐, 주의 자원을 소비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는 걸 기억해두면 좋다.

리미키미 · 대표 최지훈 · 사업자등록번호 247-01-03603
통신판매업신고 2026-고양일산동-0326 ·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enquiry@rimikimi.com · 050-6988-2464
두들게임즈 · 읽을거리 · 게임 가이드 · 이용약관 · 환불정책 · 개인정보처리방침